“형, 나 8만 원에 익절했어!”… 그때는 내가 주식 천재인 줄 알았다
연봉 4천만 원이 간당간당한 대한민국 평범한 직장인에게 200만 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건 몇 달 치 술값을 아끼고, 점심시간에 도시락으로 연명하며 쥐어짠 ‘피 같은 생존 자금’이다.
2023년 초, 삼성전자가 5만 원대에서 바닥을 박박 기고 있을 때 나는 그 귀한 돈을 던졌다. 사실 대단한 분석이 있었던 건 아니다. “설마 삼성이 망하겠어?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 건데”라는 세간의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주가가 8만 원 고지를 밟았다. 내 계좌엔 무려 60%라는 시뻘건 숫자가 찍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 어플을 켰다 껐다 하며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주변 동료들은 “반도체 사이클 돌아온다, 지금 팔면 바보다, 10만 전자 간다”며 나를 말렸지만, 내 눈엔 오직 하나만 보였다. ‘지금 팔면 내 통장에 꽂힐 확실한 현금.’
결국 모두의 만류를 뒤로하고 매도 버튼을 눌렀다. 200만 원이 320만 원이 되어 돌아온 그 순간, 솔직히 ‘내가 주식을 잘한다’라고 생각하는건 오만이라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 수익율이라니. 나는 잘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믿었었다.
퇴직금 4천만 원을 태운 상사 남편의 비극: 9만 전자의 저주와 공포
내가 8만 원이라는 가격에 서둘러 ‘익절’을 감행한 배경에는, 사실 직장 상사 남편분(이하 부군님)의 ‘공포 실화’가 트리거가 됐다.
때는 2021년, 전국이 “삼성전자 10만 원 가즈아!”를 외치며 축제의 정점을 찍던 시절이었다. 십만전자를 간다고 사람들이 자꾸 외치는 것이다.
부군님은… 상사로부터 계속 들어왔던 그의 이야기는 노력으로 가득한 인물상이었다. 하지만 근로소득이 가져오는 실망감을, 짧지 않은 시간 열심히 살아오신 부군님께서도 느끼셨나보다. 평생 몸 바쳐 일하고 받은 소중한 퇴직금 4천만 원을 9만 원대 꼭대기에서 삼성전자에 ‘풀 매수’ 때렸다고 했다. 인생 역전을 꿈꿨겠지만… 아쉽게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주가는 5만 원대까지 수직 낙하했고, 상사는 매일 아침 도살장 끌려가는 소 같은 표정으로 출근했다. “남편이 주식 앱만 보면 한숨을 쉬어서 집안 공기가 얼음장 같다”는 푸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옆에서 보면 그게 얼마나 무섭게 느껴지는지. 차라리 거하게 욕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적지 않은돈 4천만원이 반절인 2천정도로 떨어진 꼴을 본다면, 차마 욕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혹시나 2천이던 4천이던 크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연봉4천 기준 누군가의 1년을 갈아넣은 값어치라고 생각해준다면 고맙겠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삼성전자가 4만 후반대를 찍은 적도 있었다.
나는 나름대로 조언도 건넸다.
“지금처럼 5~6만 원일 때가 기회예요. 조금씩 물을 타서 평균 단가를 낮추라고 전해드려요. 삼성은 결국 기다리면 무조건 온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미 영혼까지 털린 사람에게 ‘추가 매수’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상사는 이제는 남편의 책임이라며 말을 아꼈고, 나도 남의 집 얘기니 더이상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었다. 그에게 나는 단지, 차익실현을 해서 자랑하는 꼬맹이처럼 보였을 수도 있으리라.
왜 누구는 10만 전자에 웃고, 누구는 본전 근처에서 도망칠까?
시간이 흘러 AI 붐이 터졌고, 삼성전자는 기어코 9만 원을 회복하더니 10만 원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오 올라가네? 아쉽다 그냥 들고 있을껄.
그러다가 문득 부군님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상사분께 조심히 물었다. “혹시 잘 가지고 계시지요? 지금 많이 부풀어 올랐겠는데요?”
그러나 상사는, 약간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부군님이 8만 원 후반대에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모든 물량을 던져버렸다는 것이다.
3년을 피눈물 흘리며 버텼는데, 정작 파티가 시작되려는 찰나에 본전 근처까지 오니 빨리 처분해야겠다는 생각이 도진 것이다. 그런데 보란 듯이 그분이 팔자마자 삼성전자는 10만 원 고지를 훌쩍 넘어버렸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주가는 단순히 운인가? 8만 원에 팔고 좋아했던 나와, 9만 원에 사서 8만 원에 팔고 나간 부군님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주가’라는 가격표만 본다. 마트에서 세일하는 물건 고르듯이 말이다. 하지만 주식은 가격표 뒤에 숨겨진 ‘내용물’을 봐야 한다. 8만 원이라는 가격은 같아도, 그때 삼성이 벌어들이는 돈의 무게가 달랐던 거다.
결국 주식은 엉덩이와 ‘확신’의 싸움이다
부군님의 뒷모습, 그리고 8만 원에 팔고 좋아했던 나의 과거를 복기하며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주식은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홀짝 게임이 아니다. 내가 믿는 기업이 지금 제대로 돈을 벌고 있는지, 그 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때까지 견디는 시간의 예술이다.
물론 무작정 버티라는 소리는 아니다. 나처럼 연봉 4천 따리 직장인이 감당할 수 있는 손절선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손절선보다 더 중요한 건, “이 회사가 예전보다 돈을 더 잘 벌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확신이다.
8만 원에 팔았던 나의 선택도, 10만 전자라는 거대한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대가(기회비용)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장기전이 답이다. 하지만 그냥 장기전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가 오르고 있을 때’의 장기전이어야 한다.
삼성전자 10만 원 시대. 지금 이 가격에도 여전히 ‘팥’은 꽉 차 있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한다. 지금의 가격을 생각한다면…